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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양승태 인사 실무자 "불공정하다고 꼭 위법은 아니다"

더팩트 | 2020.06.04 | 신고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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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 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지난해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 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김연학 전 심의관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 권한…위법 없었다"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그 부분에 관해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연학 전 대법원 인사총괄심의관)


증인은 품에서 주섬주섬 종이를 꺼냈다. 변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료를 건네받고 실물화상기에 띄웠다. 흰 A4용지에는 미국 성문법(문자로 표현되고 문서의 형식을 갖춘 법) 원문이 빼곡히 쓰여 있었다. '법원의 운영은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감독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낸 김연학 부장판사는 법정에 나와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를 포함한 사법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인사 과정에서 위법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 박병대 전 대법관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냈다. 사법부 인사 실무를 책임진 그는 양 전 원장 등의 공소사실 중 '물의야기 법관 분류' 의혹의 핵심 증인이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행정을 비판하거나, '부담'을 준 법관들을 물의야기자로 분류해 지방법원 부장판사 보임에서 배제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도 알려졌다.


양 전 원장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가 포함된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고, 각급 법원장에게 이같은 업무를 위임한다고 해도 그들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 노력했다. 검찰이 '인사 불이익'으로 보는 혐의내용들은 대법원장으로서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주장이다. 김 부장판사가 미국 성문법 자료를 꺼내 든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변호인: 대법원장에게 맡겨진 사무에 법관 인사와 보직 등이 포함돼 있고, 법원조직법에 따라 각 분야에 지휘·감독권 행사가 가능합니까?


김 부장판사: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변호인: 대법원장이 사법행정 사무를 각급 법원장에게 위임했다고 해서, 법원장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아무렇게나 행사할 수 있습니까? 행사할 수 없죠?


김 부장판사: 질문에 답이 있는데 수임자가 위임자 의사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행사하는 건 법에 반합니다. (자료를 꺼내며) 사법행정에 관한 오해가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몇 가지 부분에 관해 설명해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실물화상기에 띄워진 건 미국 메인(Maine) 주의 성문법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기본적으로 불문법계(일정한 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문서 형식으로 표현되지 않는 법)를 고수하는 미국이지만, 예외적으로 성문법을 제정한다며 영문으로 쓰인 일부 조항을 직접 번역해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 164항, 법원장의 의무에 관한 겁니다. 법원장은 그 법원 운영에 관해 대법원장에게 감독받는다고 돼 있습니다. 제가 놀란 건, 지방법원장은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도 돼 있습니다. 무슨 권한을 행사할 때 자제도 필요하지만, 그 자체(권한 행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다른 측면에서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법원장에게는 법관 인사를 포함한 사법부 전반의 사무를 총괄할 권한이 있고, 이같은 권한 행사는 적절하다는 취지다.


검찰 역시 양 전 원장 등 3명에게는 법관의 인사관리 업무를 처리하며 그에 따른 직무상 명령을 내리고, 법관 근무성적 평정에 관한 업무 등을 위해 소속 심의관을 지휘할 직무상 권한이 있다고 본다. 다만 임의로 법관을 물의야기자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그 권한을 '남용'했다고 본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 사무'에 관한 검찰과 김 부장판사의 견해는 여기서부터 어긋났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행정에 비판적이거나 부담을 줬다고 지목된 법관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부장판사 보임에서 배제한 적 있냐'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한 적 있냐'라는 질문에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특정 법관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하기 위해 당사자 몰래 정신감정을 받아 정신질환자로 몰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인지역 지법에 근무 중이던 A 부장판사가 조울증 치료제 '리튬'을 복용 중이라는 허위 사실을 전문가에게 말해 주고 "정신질환이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받아 이를 보고서로 작성, 보고했다는 것이다. A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연락망 '코트넷'을 통해 당시 사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인물로, 이듬해인 2016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한 정신과 의사에게 A 부장판사의 소견을 받아 보고서로 작성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질환이 있다고 몰아간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근무 평정에 (A 부장판사가) 불안장애라고 표기돼 있어 의사에게도 그 정도 이야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조울증 치료제 '리튬'을 복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언급한 적도 없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제가 A 부장판사를 정신병자로 몰았다는 언론보도 직후 의사에게서 '리튬 이야기는 내가 했는데 황당하다'는 연락이 왔다. (의학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조울증약'도 아니고 리튬을 이야기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법관의 정신 건강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받고 문건을 작성한 행위는 인사총괄심의관으로서의 업무라고 주장했다. 이 무렵 김 부장판사는 준비한 자료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미국 지방법원장의 업무 편람 원문이었다.


김 부장판사: 미국의 지방법원장 업무 편람입니다. 여기 보시면 정신적 허약함, 질병이 아니라 판사에게 정신적 허약함이 있을 때 사법행정권자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로 말하자면 대법원장에게 이야기하고, 마지막 줄을 보면 의사의 조언을 얻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법관 윤리규범에 따르면 정신적, 감정적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여기에는 의사의 조언을 얻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업무의 일환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변호인: 혹시 이거 저희에게 주실 수 있을까요?


김 부장판사: 네.


김 부장판사는 신문 말미 '어떤 인사가 정당하고, 어떤 인사가 부당한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법관 인사는 인사관리의 공정성과 합리성이 목적이고 가치"라면서도 "어떤 인사처분이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이란 이유로 그것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낸 김연학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 중 당시 대법원에 비판적인 법관에 인사 불이익을 가했다는 혐의의 핵심 증인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낸 김연학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 중 당시 대법원에 비판적인 법관에 인사 불이익을 가했다는 혐의의 핵심 증인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이날 재판에서는 '사법농단' 사태 피해자로 알려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언급됐다. 이 의원은 지난 4·15 총선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됐다.


양 전 원장 측 변호인이 '이수진 당시 부장판사가 '물의야기 법관 보고서'에 올라간 적 없냐"고 묻자 김 부장판사는 "네"라고 대답했다.


'이수진 부장의 2016년 판사평정표에는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다른 직원보다 떨어진다'는 내용이, 2017년 정기인사 정책결정 문건에는 '주1회 정도만 야근한다'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기재된 걸 기억하냐"고 묻자 김 부장판사는 "모두 그렇다"고 했다. 당시 이 의원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 중이었는데, 김 부장판사 증언에 따르면 일선 법원 재판부가 아닌 대법원 연구관이 이같이 부정적 평가를 얻는 건 이례적이다.


이 의원은 현직 법관 시절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양 전 원장 등은 당시 사법부에 비판적이었던 해당 연구회를 와해하려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변호인에 따르면 이 의원의 판사평정표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등 인권 분야에 관심이 많고 식견을 갖췄다"는 문구가 쓰였다.


변호인은 이 문구를 토대로 '이 부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경력은 오히려 평가에 긍정적 요소로 보이는데, 부정적 요소가 너무 강해 전보시킨 거냐"고 물었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며 "재판연구관 업무역량 측면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참여 여부는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 전 원장 등의 재판은 5일 오전 10시 이어진다.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재판 개입 의혹의 핵심 증인인 이민걸 전 대법원 기획조정실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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