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한국거래소가 12년 만에 주식거래 호가 단위를 낮춘다. 이는 거래비용을 낮춰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기 위한 취지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에선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는 지난해 11월, 증권·파생상품시장의 호가 가격단위 개선과 관련한 업무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하고 시장참여자의 의견수렴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1월 중거래소 차세대 시스템 가동과 연계해 시행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1000원~2000원은 5원에서 1원으로 ▲1만원~2만원은 50원에서 10원으로 ▲10만원~20만원은 500원에서 100원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아울러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별로 상이한 10만원 이상인 고가주의 호가 단위를 통일한다.

호가(呼價)란 증권시장에서 고객의 주문에 따라 표시해 전달하는 매도나 매수 가격을 가리킨다. 호가 단위는 최소 가격변동 단위로 최우선 매도나 매수 호가 가격의 차이인 호가스프레드의 하한이 된다. 따라서 높게 설정된 호가 단위는 호가스프레드 감소를 제도적으로 제약한다.

가령 즉시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는 현재 최우선 매수호가보다 호가스프레드만큼 프리미엄을 더 지불해야 매수가 가능하다. 이는 매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즉,현재 호가 단위 체계에선 10만원인 종목을 즉시 매수하기 위해선 상단 10만 500원의 주문을 써내야 하지만, 변경 이후엔 10만 100원을 내면 되는 것이다.

이는 큰 폭의 호가 단위 때문에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이 저해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세계 최저수준의 거래수수료로 '명목적'으론 거래비용 축소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호가 단위에 묶여 있어 거래비용이 높은 수준이었다.

호가 가격단위를 각 종목의 가격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한국은 0.1~0.5% 수준인데 비해 뉴욕거래소는 평균 0.09%, 일본은 16단계에 걸쳐 0.01~0.05%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소의 이 같은 논리는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아울러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유동성이 증가해 정보가 주가에 보다 빠르게 반영되는 가격발견 효과 제고가 특히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은 누구나 예측이 어려운 것처럼, 이와 같은 제도 변화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호가 단위 축소가 주가 상승을 더디게 해 지난해 하락장에서 올해 회복이 늦어질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가령 10만원이던 종목의 주가가 11만원이 되기 위해선 500원 단위라면 20계단을 상승하면 된다. 하지만 단위가 100원으로 바뀌면 100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제도 변경 자체가 시장 참여자의 투자심리를 어떤 식으로 자극하는 이슈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도 호가 단위가 세분화되면 거래량이 증가하며 공매도 투자자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거란 우려가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선 크다. 공매도 때 매도호가를 직전 거래가격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제한하는 업틱룰을 감안하더라도, 호가 단위가 촘촘해지니 더 낮은 가격에 팔 수 있어 공매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더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만큼 수익은 떨어지는 것이기에 실제 공매도 물량이 커질지 줄어들지는 속단할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이 호가 가격단위는 1986년 12월 15일 이전엔 전 종목이 1원이었으나,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현재 7단계까지 세분화됐다. 올해 개정이 이뤄지면 9단계로 촘촘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