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오래된 천장과 벽난로를 그대로 유지한 채, 화이트 컬러로 칠해 모던한 색채를 더했다. 천장의 램프는 잉고 마우러의 작품이며, 피트 하인 이크의 블루 캐비닛 위에 앉은 용 오브제는 1800년대 발리에서 만들어진 것. 리넨 테이블 클로스는 로드릭의 아내 클레어가 직접 디자인했다. 가운데 놓인 독특한 모양의 화병 오브제는 네덜란드의 고전적인 튤립 화병을 재해석한 ‘빅 보틀 베이스’로 로드릭이 만든 것.

 

 

 

문화재로 지정된 1690년대 벽돌집에서 산다는 것
로드릭 보스의 할아버지는 가구를 만드는 장인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고전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가였다. 덕분에 로드릭은 뛰어난 품질의 가구와 디자이너 에디션에 남다른 열정을 갖게 되었고,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에도 이런 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총 면적 550m²인 이 집의 1층은 거실, 디자인 사무실, 부엌과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층은 아이들 침실과 욕실, TV룸이 있다. 꼭대기층은 부부 침실로 꾸며졌다. 처음 로드릭의 가족이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집 안 일부만 새로 칠했을 뿐 별다른 수리를 하지 않았고, 이후 거주하는 몇 년 동안 어떠한 개조나 공사도 하지 않았다. “2013년에 집을 리모델링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서 1690년에 지어져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오랜 세월을 간직한 이 집에 대해 잘 알아야겠지요.” 네덜란드에서는 문화재로 지정된 집은 당국의 허가 없이는 리모델링이 불가능하고, 설사 허가를 받았다 해도 철저한 규정에 따라 전문 건축가가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확실히 쉬운 프로젝트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대가 된다는 게 집주인의 말이다. 지금까지 로드릭은 이 집의 벽을 다채로운 컬러로 칠하고 거기에 현대적인 가구와 소품으로 실내를 꾸며 오래된 집에 색다른 느낌을 주려 했다. 역사적인 건축물과 현대적 디자인이 만나 재미있게도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이룬 것. 집주인이 서로 다른 시대에서 온 아이템을 모아서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도록 배치하는 것을 워낙 즐기는 편이라, 이 집을 자세히 뜯어보면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잉고 마우러의 초창기 램프와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중국 도자기, 그리고 자신이 디자인한 모던한 가구를 한 군데 놓는 식이다. 로드릭에게 초대받은 손님들은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그릇과 도자기, 유리잔이 유쾌하게 매치되어 있는 재미있는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디자이너 에디션은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가구
집 안을 찬찬히 살펴보면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집 안에 무심하게 놓인 임스 체어는 부부가 뉴욕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 소호에서 구입한 것으로, 임스의 의자를 제조해내던 제니트 공장에서 사온 유니크한 아이템이다. 좀 비싸긴 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우리는 디자이너 에디션에 열광해서 이런 가구들을 수집해 집 안에 놓고 직접 사용합니다. 요즘 시장에서 넘쳐나는 가짜 플라스틱 가구들에는 관심이 없어요. 예를 들어 1층 제 사무실에 있는 의자와 거기 걸린 램프는 베르너 팬톤의 디자인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이지요. 물론 이걸 구하려고 덴마크까지 갔을 정도로 애를 많이 먹었지만 말입니다. 저는 평생을 간직하기 위해 이런 디자이너 에디션을 구입합니다. 이런 가구들이 저나 제 아내보다 오래 살아남을 거고, 우리 아이들도 이런 가구를 즐겨 사용하게 되겠죠.”

 

 

<출처 : 레몬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