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좋은 글귀 > 좋은글 좋은시

넌 나처럼 살지 말아라 (1)

E6 나매력 | 2020.04.14 | 신고
조회 : 1,381 주소복사 스크랩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밴드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말아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말아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

좋은 사무실 취직해라

악착같이 돈 벌어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는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말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의 칼이 돋아날 때

나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으지도 모르겠고

꿈은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어머니, 당신의 소망은 이미 죽었어요

아버지, 이젠 대학 나와도 내 손으로

당신이 꿈꾸는 밥을 벌 수도 없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그래요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부모조차 존경할 수 없는 세상을

제 새끼에게 나처럼 살지 마라고 말하는 세상을

난 결코 살아남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당신은 나의 하늘이었어요

당신이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서 떠밀려

어린 내 가슴 바닥에 떨어지던 날

어머니, 내가 딛고 선 발밑도 무너져 버렸어요

그날, 내 가슴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공포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새겨지고 말았어요


세상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어디에도 기댈 곳도 없고

돈 없으면 죽는구나

그날 이후 삶이 두려워졌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알아요, 난 죽어도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제 자식 앞에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정직하게 땀 흘려온 삶을 내팽게쳐야 하는

이런 세상을 살지 않을 거예요

나는 차라리 죽어 버리거나 죽여 버리겠어요

돈에 미친 세상을, 돈이면 다인 세상을


아버지, 어머니

다시 한 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 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번 예쩐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 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 박노해, ''넌 나처럼 살지 말아라''

 

 

/article/thumbnail.asp?thumb=%B3%CD+%B3%AA%C3%B3%B7%B3+%BB%EC%C1%F6+%B8%BB%BE%C6%B6%F3%2Ejpg

3 0
태그넌 나처럼 살지 말아라
주소복사 스크랩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밴드
글쓰기
댓글쓰기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등록일
겨울바다 텅빈마음 62 0 2021.03.01
꿈꾸는 아침 텅빈마음 67 0 2021.03.01
미안해하지 말아요 텅빈마음 77 0 2021.03.01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다면 텅빈마음 82 0 2021.03.01
이토록 긴 편지 텅빈마음 109 0 2021.03.01
어느 날의 흔적 텅빈마음 157 1 2021.02.28
그대에게 적은 편지 텅빈마음 184 0 2021.02.28
겨울밤의 소망 텅빈마음 151 0 2021.02.28
희망은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갈 때 텅빈마음 137 0 2021.02.28
나의 삶은 내가 만들어 간다 텅빈마음 186 0 2021.02.28
책은 친구이자, 상담자이자, 스승이다   angae 124 0 2021.02.27
사랑을 담아내는 편지처럼 텅빈마음 129 0 2021.02.27
세월은 텅빈마음 170 1 2021.02.27
늘, 혹은 텅빈마음 154 0 2021.02.27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텅빈마음 135 0 2021.02.27
강물과 사랑은 텅빈마음 112 0 2021.02.27
언제인가 한 번은 텅빈마음 154 0 2021.02.26
욕심이 적은 사람은 텅빈마음 181 1 2021.02.26
사랑도 인생도 텅빈마음 144 0 2021.02.26
2월 / 성백군 텅빈마음 153 0 2021.02.26
봄은 다시 온다 텅빈마음 150 0 2021.02.26
겨울비 내리던 날 텅빈마음 184 0 2021.02.25
인생이란 빈 잔에 텅빈마음 145 0 2021.02.25
못다핀 꽃 텅빈마음 152 0 2021.02.25
그리움 텅빈마음 147 0 2021.02.25
글쓰기
이전 1 2 3 4 5 6 7 8 9 10

실시간 인기 뉴스

더보기

출석부&포인트경품 ATTENDANCE & AUCTION

TODAY : 2021년 3월 2일 [화]

[출석부]
파리바게뜨 3천원권 파워에이드
[포인트 경품]
파리바게뜨 3천원권 파리바게뜨 3천원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