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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결산Ⅰ] 한국양궁, 지지 않는 이유는?

김종섭 기자 | 2016.08.22 | 신고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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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뉴스) 김종섭 기자 = 오늘 22일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화소화를 끝으로 말라카낭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아쉬운 폐막식을 가졌다. 세계 10위를 목표로 대장정에 오른 한국은 아쉽게도 당초 10-10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종합 8위의 성적으로 이번 올림픽을 끝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밤잠을 설친 국민들의 피로를 그나마 시원하게 풀어준 종목이 있었다. 바로 '양궁'이었다. 지난 13일, 구본찬(현대제철)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프랑스의 장 샤를 발라동을 7-3으로 물리치며 양궁에 걸려 있던 4개 금메달을 모두 한국이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양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 국가에서 4개 메달을 독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가 끝난 후, 내·외신을 가리지 않고 한국이 양궁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과 관련한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의 주 내용은 한결같이 "왜 한국은 양궁에서지지 않는가?"였다. 우리에게는 자연스런 이 질문에 의문을 갖고 답을 찾아보았다.  
   
 
김진호로 시작되는 양궁의 역사 예천여중 재학 중 양궁을 시작한 김진호(현 한국체대 교수)를 빼고는 한국양궁을 말하기가 어렵다. 김진호는 예천여고 재학 중이던 18세에 국가대표로 선발돼 1979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양궁 선수권 대회에서 30m, 50m, 60m, 개인종합, 단체전을 석권하고 5관왕에 오르며 일약 세계적인 스포츠스타 반열에 올랐다. 1980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에서도 큰 기대를 모았으나, 대한민국의 보이콧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198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다시 5관왕에 오른 김진호는 다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1984년 하계 올림픽에서도 매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대회에서 후배 서향순이 의외의 금메달을 따고, 김진호는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올림픽 후 한동안 방황하다 1986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후 은퇴했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으나, 김진호는 선수 생활 동안의 화려한 경력으로 우리에게는 신궁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양궁'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바로 김진호다.   이것이 한국 양궁이다 김진호로 시작된 한국양궁의 국제대회 입상기록은 이번 리우하계올림픽 양궁 전 부문 금메달수상으로 절정기에 이른 형국이다. 지난 32년 간 양궁이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만 21개, 그동안 한국이 역대 올림픽에서 거둔 총 금메달 88개의 24%에 달한다. 이번 경기를 마친 외신의 반응은 뜨거웠다. 블러처 리포트는 "세계 최강 한국 양궁대표팀의 경기력은 무자비 할 정도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남자단체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표팀 막내 이승윤은 경기 후 가진 공식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이렇게 쏜다. 이것이 한국 양궁이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기서 갖게 되는 의문 하나. '한국 양궁대표만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닌데 유독 한국 양궁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로지 실력으로만 선발 한다 현재 양궁협회에 가입돼 있는 양궁선수는 대략 1500여 명. 이들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기 위해서는 매년 10회 가량의 국내대회를 통해 1차로 120위 내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이들 중 남·녀 각 12명만 태릉선수촌에 입소하게 된다. 12명은 다시 3차례의 평가전을 거쳐 남·녀 4명씩을 남겨 최종 평가전 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최종 경쟁률은 375대 1, 금메달 보다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이 하루 훈련에서 쏘는 화살은 600여 발, 한 달 남짓 훈련에서 표적지를 확인 후 사선으로 이동하는 거리만 합해도 182Km. 훈련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탈락하고, 올림픽 쿼터 대회에서 한국의 출전권을 따온 선수가 탈락하기도 한다. 올림픽 2회 연속 출전하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선발방식은 경험 많은 선수들에게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긴장감을 주며 어린 선수들에게는 "열심히 하면 나도 된다"는 희망을 심어 준다. 선발 과정에서는 학연도, 지연도, 협회장을 통한 추천도 없다. 선발전의 모든 성적을 양궁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까지 철저히 실력만 보고 '지금 당장 잘 쏘는 선수'만을 추려낸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탈락한 선수들도 불만이 없다.   한번 선발하면 믿고 맡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최종 선발됐지만 대회 직전 슬럼프에 빠진 최현주 선수의 교체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문형철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교체는 없다. 원칙을 지켜야 후배들도 선발전 시스템을 믿고 갈 수 있다"며 여론을 잠재웠다. 결국 최현주는 단체전 결승에서 8발 중 5발을 정중앙에 꽂으며 극적인 1점차 승리를 대한민국에 안겼다. 경기 후 문 감독은 공식인터뷰에서 "올림픽은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다. 그다음 또 그다음 계속 될 텐데 갈등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당시 원칙을 지킨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간섭은 없고 지원만 있다 각종 연맹과 협회의 엉성한 일처리와 파벌싸움은 메달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의 발목을 잡기 일쑤였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은 '전성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수영연맹의 무관심 속에 자비로 훈련해야 했고, 4강을 눈앞에 둔 여자배구는 연맹 회장선임 건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탈락 직후 보도되면서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류 선수에 삼류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 선수는 배드민턴 연맹의 도핑테스트 관련 소재지 보고누락으로 1년간 자격정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에도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양궁협회는 달랐다. '간섭은 없고 지원만 있다'는 협회의 의지는 지난 30년간 지켜졌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과 이번 리우 올림픽 직전 협회는 실제 경기장을 그대로 본 따 태릉선수촌에 훈련장을 꾸몄다. 뿐만 아니라 현지답사를 통해 신호기부터 전광판, 풍향기까지 현지와 똑같은 환경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궁협회는 선수들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야구장까지 빌리는 열의를 보였다. 남자양궁 팀 우승의 주역인 김우진 선수는 경기 후 가진 공식인터뷰에서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한 훈련이 효과가 있었다. 지금과 상당히 비슷했다"며 "관중들이 많은 상황에서 중압감도 컸지만 경기력 향상에는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30년째 양궁협회를 후원하고 있는 현대차 역시 3D 프린터를 활용한 선수 맞춤형 그립을 제작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남자개인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구본찬 선수가 경기 후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모습은 지원에 대한 진심어린 보답이었을 것이다.  
   
 
선수와 동고동락(同居同樂)하는 코치진 국가대표 양궁팀의 모든 훈련에는 선수들과 함께 감독들도 실전에 참가한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 훈련프로그램 중 담력훈련을 위한 번지점프 때는 고소공포증으로 주저하는 선수를 위해 감독들이 65m 높이에서 9번이나 뛰어 내렸다. 집중력 향상을 위한 서부전선 GOP 근무훈련에도 감독들이 함께 투입됐다. 뿐만 아니라 11시간 동안 경보로 산길을 걷는 제주도 체력훈련에도 감독들이 함께 참가했다.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의 모든 훈련에는 감독들의 시범이 전제된다.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는 지난 2009년 모 월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도자들이 뒷전에서 놀면서 뛰어라고 하면 선수들이 제대로 하겠느냐"며 "모든 양궁훈련은 지도자가 먼저 시범을 보이거나, 함께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여자 양궁팀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단체전 금메달을 놓치지 않으며 8연패를 달성했다. 양궁 단체전 올림픽 8연패 기록은 미국・케냐에 이은 역대 3번째 기록으로 쉽사리 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한국 양궁팀의 올림픽 금메달 역주의 배경에는 과학적인 훈련시스템과 선수들의 기량이 합쳐진 결과물임에 분명하다. 8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올림픽의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시점에 몇 몇 종목에서는 협회와 선수간에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시비가 일고 있다. 양궁의 사례가 문제해결의 모범답안이 되기를 기대하며 반칙과 반목이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한국양궁에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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