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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①] 신태용 감독의 러시아 월드컵 회고록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

한국스포츠경제 | 2019.07.22 | 신고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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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살다 보면 하고 싶지만 그 순간에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들이 있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지 어언 1년이 되던 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신태용(49)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택을 찾았다. 2017년 7월 축구 대표팀에 소방수로 투입된 후부터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치르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들도 많을 것 같았다. 신태용 감독은 축구 담당기자들 사이에서 ‘솔직한 감독’으로 통한다. 선술집이 아닌 인근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신 감독은 본지에 허심탄회하게 속 얘기를 털어놨다. 내용은 회고록의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플랜A’ 가동 못한 러시아 월드컵


신태용 감독입니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요즘은 지인들을 만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월드컵 조별리그 3번째 경기였던 독일전 승리(2-0)는 정말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비록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당시 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을 꺾었다는 생각에 엄청 기분이 좋았어요.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어요.


돌이켜 보면 감사한 점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있었던 월드컵이었던 것 같아요. 2년 전 대한축구협회(KFA)에서 대표팀 소방수로 불러준 것은 그만큼 저를 인정해주시는 부분이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 대표팀의 로드맵은 잘 만들었지만, 최종 엔트리를 제출할 때 제가 생각하던 5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기존에 구상했던 ‘플랜A’를 써 보지 못하고 월드컵에 임하게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결과론적인 얘기가 될 수 있지만, 플랜A를 활용할 수 있었다면 16강 진출 또는 팬들이 원하는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사실 멕시코전(1-2 패)이나 독일전은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다만 스웨덴전(0-1 패)에선 저도, 선수들도 원하는 경기를 하지 못한 것 같아요. 축구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물론 죽음의 조에서도 16강 진출을 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가 미리 형성됐다면 더 좋을 뻔했습니다. 대회 전부터 많은 악성 댓글들이 올라와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결과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땐 비판을 감수해야 하지만, 대회 전부터 여론이 좋지 않고 악성 댓글들이 많아 저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의 사기는 다소 떨어졌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신태용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최선 다한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


그래도 선수들이 최선 다해줘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에 심리치료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도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 선수로 필드를 경험하고 이후 심리학 박사가 되신 심리 전문가분들이 있으시다면 월드컵 대표팀 출범부터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들에게 일일이 털어놓을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심리 상담으로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마련해 준다면 그들의 경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봐요.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도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있어요. 후임 감독 선임 작업 때 얘기입니다. 협회에서 외국인 지도자 선임으로 가닥이 잡혔다면 후보군에 굳이 제 이름을 넣어야 했는지…. 이미 대표팀 감독을 그만둘 것이니 후보군에서 빼 달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후보군에 제 이름이 남아 있어서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았습니다. 대표팀 감독을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다르게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죠. 목표했던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월드컵을 다녀온 감독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김 없고 책임감 강한’ 신태용 감독


저는 늘 ‘처음 감독할 때 마인드를 잊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도 철학이 있다면 선수들에게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용기를 주자는 것입니다. 어떤 선수가 장점이 7이고 단점이 3이면 그 선수의 단점보단 장점을 부각해 장점을 8로 만들고 단점을 2로 줄이자는 식이지요. 그렇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리, 훈련 프로그램들을 만들곤 합니다. 단체 생활에 있어서 엇나가는 선수들에겐 충고도 하고 때론 혼도 냅니다. 사람이 항상 ‘정도(正道)’만 걸을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 제가 스무 살 때 어떤 생각을 했고, 스물다섯 살 때 감독의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등을 항상 돌아봅니다. ‘선수들도 속상한 일이 있을 땐 술 한잔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그런 일들을 묵인해주고 넘어가주기도 합니다. 대신 운동 선수로서 그런 행동들을 너무 자주하면 안 된다는 점은 짚어주지요.


저는 ‘말이 앞선다’는 비판을 받기도 해요. 사실 숨김이 없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90% 이상의 생각은 정확히 다 전달해 드립니다. 그게 제가 살아온 방식입니다. 제가 마음을 열어야 상대방도 그걸 알아주고 마음을 엽니다. 다만 뱉은 말이면 책임지려고 노력합니다. 이승우(21ㆍ엘라스 베로나) 등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말해왔어요. “우승할 거예요”라는 말을 뱉는 순간 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큰 목표를 얘기하고 더 많은 것을 노력하고 준비하려 합니다. 사람이 꿈이 없거나 작으면 거기에 안주하고 발전이 없어지거든요.

신태용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 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임민환 기자
신태용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 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임민환 기자

◆독일전 승리는 인생 2막의 자양분


월드컵을 다녀와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대회 후 처음엔 의기소침했지만,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다들 좋은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월드컵 DNA를 몸 안에 축적했으니 다음에 어떤 감독 자리에 가든 지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낙관론자입니다. 누가 저에게 해코지를 해 기분이 나쁘더라도 지나면 잘 잊어버립니다. 인생을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살려고 합니다. 돈이나 성공같이 어디에 얽매이기보단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부딪칠 땐 과감하게 부딪쳐 보기도 하고, 그런 식이죠. 대표팀 감독 제안이 왔을 때 주변에선 10명 중 7~8명이 ‘독이든 성배다’라든지, ‘서두르지 말라’는 충고를 하며 반대했어요. 하지만 제가 편하게 할 수 있을 때는 정작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표팀 감독을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좀 특이한 면이 있어요. 도전적이고 승부욕도 있지만 주변 감독들로부터 “넌 참 팔자 편한 사람이다”라는 말도 듣지요. 다른 감독님들은 경기 전날까지 준비한다고 스트레스 받는데, 저는 준비해놓고 이틀 전부턴 일체 신경 쓰지 않습니다. 8시간을 잘 자기도 하죠. 황선홍(51) 감독은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거실에서도 축구를 보면서 분석 작업을 하는데 저는 경기 분석을 할 때 3~4차례 이상 보지 않습니다. 처음 볼 때 머리 안에 입력하고 분석한 뒤론 보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반복해서 보다 보면 상대팀의 없는 약점을 계속 만들어내고 억지로 짜내려 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약 1년을 쉬었으니 이제 해외 리그든, K리그든 어디든 가려고 준비 중입니다. 팀의 선수 구성과 구단주가 갖고 있는 생각이 맞고, 그 팀에서 나를 원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동행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감독 생활을 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은 큰 자양분이 될 것 같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을 했을 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독일전은 전 세계가 주목했던 경기라 더 기뻤습니다. 저, 독일 이긴 감독입니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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